영화는 이제는 문을 닫은 오래된 극장에서 아련한 불빛으로 시작한다. 차이밍량의 〈안녕, 용문객잔〉의 영감이 되었던 이 극장은 어쩌면 차이밍량의 영화세계가 시작한 곳인지 모른다. 대만 뉴웨이브를 대표하는 챠이밍량 감독은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고향으로 돌아간 차이밍량은 어린 시절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웠던 극장을 찾는다. 그러나 극장뿐만 아니라 그의 발길이 찾는 모든 곳이 그의 영화의 고향인 듯 하다. 영화에서 연극, 그리고 장치예술 등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켜 온 차이밍량의 이 다양한 시도는 어쩌면 그가 어린 시절 경험했던 극장에서의 경험을 재현하려는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는지 모른다. 관객과의 소통은 단순히 영화 자체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영화가 보여지는 장소와 그 순간이 제공하는 요소의 총체적 경험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믿음의 발현일 것이다. 〈지나간 현재〉는 향수가 깃든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내 여전히 영화로 소통할 방법을 찾고 있는 차이밍량의 현재를 연결시키며 여전히 생동하는 그의 영화에 대한 열정을 이야기한다. (조영정/2013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